
야키토리 키유가 가오픈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호평은 빠르게 쌓이고 있었습니다. 미식가 고객들이 예약을 잡기 시작했고, "야키토리 오마카세"라는 포맷에 반응이 오고 있었습니다.
다만 마감 정산을 할 때마다 같은 숫자가 반복되었습니다. 주류 매출 비중이 20%를 겨우 넘기는 수준. 고객 대부분이 콜키지를 했고, 매장에 와인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고객에게 이런 피드백이 돌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사케, 와인 등 주류 리스트와 서비스가 약하다. 특히 와인은 이런 거 리스트에 안 올리시는 게 낫다."
— 전주환 대표
하지만 두 대표 모두, 이 문제의 무게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식당은 주류가 잘 팔려야 생존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머릿속에는 도쿄와 오사카의 야키토리야가 있었습니다. 셀러에 좋은 와인이 가득하고, 야키토리와 와인을 함께 즐기러 오는 손님으로 채워진 그런 매장. 한국에는 아직 그런 곳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매장에 와인을 가져온 손님이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일본에는 야키토리에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이 매장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 대표는 주류 운영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꺼냈습니다. 그만큼 진지했기 때문입니다.
그 손님은 와인루트의 소믈리에를 소개해주었습니다. 며칠 뒤 소믈리에가 매장을 찾아왔고,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프리미엄 와인으로 셀러를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알짜배기 와인들로 천천히 시작하면서, 좋은 와인을 하나씩 늘려가다 보면 — 언젠가 그 도쿄의 야키토리야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림을 함께 그렸습니다.
2024년 3월, 첫 발주가 이루어졌습니다. 27병이었습니다.
뭘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 — 27병의 시작
야키토리에서 와인을 판다는 것에는 정답이 없었습니다. 사케가 자연스러운 업태에서 와인은 부수적인 옵션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잘못 시작하면 "여기는 와인 먹는 곳이 아니구나"라는 인상이 굳어지고, 그 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소믈리에의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안전하게 가지 않는다. 두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매장이 막 문을 연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이때 "이 집은 와인이 진지하다"는 시그널을 심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어렵습니다.
첫 발주 리스트에는 16종의 와인이 올라갔습니다.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그리고 글라스용까지. 7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넓은 가격대를 설정했고, 야키토리에 어울리면서도 미식가들이 알아볼 수 있는 와인들로 채웠습니다. 이탈리아, 샴페인, 버건디 — 세 축을 중심으로 집중했고, 가격은 부담 없이 잡았습니다. 먼저 팔리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동시에 매장 안에서 와인이 보이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스버킷, 와인잔, 쇼윈도가 가능한 셀러를 구비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캐치테이블 같은 유입 채널에는 소믈리에의 리스팅과 와인 소개를 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키유의 직원들은 와인 오픈조차 어려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소믈리에가 각 와인의 셀링 포인트를 정리한 시트를 만들어 전달했고, 키유의 동선과 상황에 맞는 서비스 방식을 함께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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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병으로 시작한 발주는 매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두 달 뒤인 5월에는 글라스 와인이 개시되었습니다. 월 20~30병 수준을 유지하면서, 리스트에 올린 와인이 실제로 팔리는지, 어떤 가격대와 스타일에 반응이 오는지를 확인해가는 기간이었습니다.
가을이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발주량이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월 50병 수준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2월, 공식 오픈 1주년 행사에서는 전체 고객이 바틀과 특별 페어링을 주문하며 역대 최고 일일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리스트가 바뀌자, 찾아오는 손님의 종류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을 가져오던 손님이 와인을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천해도 반응이 없다 — 비수기를 견디는 법
봄이 왔습니다.
"객수가 너무 적다. 사람들이 술 추천을 해도 반응이 없다."
매장에서 이런 피드백이 올라왔습니다. 비수기였습니다. 마침 소믈리에가 구성과 가격대를 다듬기 위한 리스트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바틀과 글라스 모두 구성을 재조정하면서 신규 와인들이 대거 교체되었습니다.
문제는 직원들이 새 와인의 업세일 포인트를 아직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수기가 겹친 것이었습니다. 추천에 자신감이 떨어지니, 익숙한 사케 쪽으로 판매가 자연스럽게 쏠렸습니다. 5월 와인 발주는 39병으로 바닥을 찍었습니다.
소믈리에와 대표가 이때 선택한 것은, 리스트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숫자를 보자.
이 시기부터 매월 정기적인 체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출 데이터, 발주 패턴, 품목별 반응을 소믈리에와 대표가 함께 들여다보면서, 감이 아닌 근거로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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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보여준 것은 분명했습니다. 특정 이탈리아 레드에 고객 반응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야키토리와의 궁합, 진입하기 좋은 가격대, 와인을 처음 마셔보는 고객에게도 열린 맛. 소믈리에는 잘 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탈리아 비중을 높이고, 반응이 약했던 카테고리는 비중을 줄였습니다. 동시에 독일 리슬링, 루아르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소량 실험하며 다양화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잘 안 팔리는 와인이 있으면 바로 빼는 대신, 추가 교육을 통해 팔리게 만드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셀링 포인트를 다시 정리하고, 추천 타이밍을 조정하면서 대부분의 와인이 자기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페어링도 이 시기에 바뀌었습니다. 와인 2잔과 사케 1잔으로 구성된 세트가 있었는데, 와인 페어링 중간에 사케가 한 잔 끼면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든다는 고객 피드백이 반복되었습니다. 사케를 빼고 와인 3잔으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야키토리에서 사케를 빼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페어링이라는 경험의 완결성을 우선한 것입니다. 가격은 42,000원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비수기를 견디고 여름이 왔을 때,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7월에 총매출이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주류 매출 비중은 50%를 넘겼습니다. 20%대에서 시작한 매장이, 음식만큼 주류에 지출하는 매장이 된 것입니다.
유명해졌는데, 오히려 위기가 왔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키유가 미슐랭 셀렉티드에 등재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유명 푸디 유튜버들의 방문 영상이 올라가면서 예약이 쏟아졌습니다.
— 전주환 대표
예약은 1부까지 꽉 찼습니다.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가량 매장에서 반복적으로 올라온 피드백은 뜻밖이었습니다.
"조용히 와서 음식만 먹고 가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예약은 차는데, 객단가가 오히려 낮아졌다."
미슐랭과 유튜브를 보고 찾아온 새 고객층은 야키토리 오마카세를 경험하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음식만 즐기고 가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고객 구성이 달라진 것을 문제로 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믈리에와 대표가 본 것은 다른 지점이었습니다. 주류를 주문하는 고객 쪽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객단가가 높은 고객의 예약 비중이 늘고 있었고, 이 고객층은 경험의 깊이에 기꺼이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답은 주류를 안 시키는 고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류를 즐기는 고객에게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격을 올렸는데, 더 팔렸다
핵심은 다시 페어링이었습니다.
구성: 와인 3잔 → 와인 4잔
가격: 42,000원 → 59,000원
네이밍: "Pairing Set" → "Sommelier's Selection for Kiyu"
가격을 40% 올리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 올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잔이 추가되고, 이름이 바뀌고, 각 잔의 페어링 포인트 설명이 추가되면서 — 고객에게는 이전과 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설계 과정에서 페어링의 수익성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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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후에도 페어링 주문 건수는 유지되었고, 매출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네이밍이 바뀌면서 대표가 고객에게 추천할 때 자신감도 달라졌습니다. 재방문 고객들은 "구성이 더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 전주환 대표
한 고객의 말이 이 변화를 요약합니다.
미슐랭과 유튜브가 가져온 위기는, 오히려 페어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틀을 시키지 않는 고객에게는 페어링과 글라스가 자연스러운 진입점이 되었고, 이미 와인을 즐기는 고객에게는 더 깊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글라스 와인을 주문한 고객 옆 테이블에서 대표가 페어링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그럼 저도 페어링으로 바꿀래요"라는 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전주환 대표
12월, 와인 발주가 98병을 기록했습니다. 연간 최고. 첫 달 27병에서 시작한 매장이었습니다.
2년, 그리고 지금
2025년 봄, 1년 계약이 만료되었습니다. 키유는 재계약을 선택했습니다.
2년차에 접어들면서, 달라진 것은 숫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와인 오픈도 어려워하던 직원들이 1년 뒤에는 와인별로 잔을 추천하고, 셀링 포인트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년차에는 새롭게 리스팅된 와인에 대해 개인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소믈리에가 만든 치트시트로 시작한 것이, 직원 자신의 언어가 된 것입니다.
리스트도 계속 진화했습니다. 2년 동안 대규모 교체가 다섯 차례 이상. 그 사이에도 매월 서너 종의 와인이 바뀌었습니다. 수입사의 재고가 소진되거나, 시즌이 바뀌거나, 고객 반응에 따라. 연말에는 샴페인을 늘리고, 봄에는 산도 좋은 화이트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 전주환 대표
소믈리에가 직접 매장에서 서비스하는 날에는, 단골이 예약을 맞춰 찾아오기도 합니다. 리스트에 올라온 와인을 보고 "이런 와인이 야키토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말하는 고객이 생겨났습니다. 그 고객은 이후 소믈리에 서비스 날마다 거의 빠짐없이 방문하게 되었고, 키유 식사 예약까지 직접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비수기에 반응이 집중되었던 그 이탈리아 레드는 2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와인이 되었습니다. 키유의 시그니처 디쉬인 닭간 빠떼와의 페어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추천하지 않아도 고객이 먼저 찾습니다.
2026년 4월 현재, 키유의 와인 발주는 2년째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입사 11곳에서 천 병이 넘는 와인이 이 매장을 거쳐갔습니다. 2026년 들어서도 발주 수준은 전년과 같거나 더 높습니다.
— 우진명 대표
마치며
주류 매출 비중이 20%대이던 매장이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이런 와인은 리스트에 안 올리시는 게 낫다"는 피드백을 받던 매장.
2년 동안 이 매장에서 일어난 것은 와인 몇 병을 추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월 반복된 데이터 확인과, 대표와 소믈리에 사이의 수십 번의 대화. 감이 아니라 숫자를 보자고 합의한 것, 비수기를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린 것, 가격을 올리되 경험을 함께 바꾸는 판단을 내린 것. 그 모든 것이 쌓여서 지금의 키유가 되었습니다.
와인 오픈을 어려워하던 직원이 지금은 새 와인에 대해 자기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키유는 올해, 3년차도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도 매월 발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키토리 키유: 서울 / 야키토리 오마카세 / 미슐랭 셀렉티드
데이터 기준: 2024.03 ~ 2026.04 발주 데이터 + POS 매출 데이터
우리 매장의 주류 운영, 어디쯤인지 궁금하다면 →
매장 자가진단 (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