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잘 나가는데, 술은 늘 제자리였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마트에서도 볼 수 있는 와인으로 리스트를 채웠더니 "이걸 여기서 이 가격에 왜 마시냐"는 소리를 들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만 넣었더니 손님 취향과 안 맞아서 안 나갔다. 수입사가 권하는 대로 받았더니 기준 없이 종류만 늘어났다.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니 와인에 점점 손이 가지 않게 됩니다. 리스트를 줄이거나, 아예 내리거나. 사케, 맥주, 하이볼이면 되지 — 라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한 매장도 그랬습니다. 와인에 관심은 있었지만, 한두 번 시도가 잘 안 되면서 주류는 와인 없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와인을 리스트에서 내린 상태였습니다.
이 글은 그 매장이 바뀐 과정의 기록입니다. 특별한 투자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소믈리에를 채용한 것도 아닙니다. 바뀐 것은 구조였습니다.
다시 올라간 리스트
와인디렉팅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나온 이야기는 리스트였습니다. 셀러에 들어가 있는 와인을 다시 꺼내서, 리스트를 새로 만들자고.
대표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이전에 리스트를 올렸다가 안 됐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번 리스트는 만드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이전 리스트가 "어떤 와인이 있는가"를 나열한 것이었다면, 새 리스트는 "왜 이 와인이 여기 있는가"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매장의 음식 구성, 고객이 한 테이블에서 쓰는 금액, 마진 구조를 먼저 보고 거기에 맞는 와인을 올렸습니다.
리스트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각 와인에 대해 직원이 고객에게 할 수 있는 말 한두 줄을 정리한 프린트가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와인을 모르는 직원도 괜찮았습니다. 프린트를 보고 한 마디 꺼내면, 쓱 내려놓으려던 고객이 리스트를 다시 봤습니다. 거기서부터 주문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의 확신은 아직 없었습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첫 번째 신호가 온 것은 느꼈습니다.
가격을 올렸는데, 돌아온 반응
리스트가 안정되자 다음은 가격이었습니다.
이 매장은 글라스 와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와인디렉팅이 개입한 뒤, 페어링 구성이 재설계되었습니다. 구성이 달라지자 가격도 자연스럽게 조정되었습니다.
대표는 솔직히 걱정했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빠지지 않을까. 이전의 실패가 만들어낸 조심스러움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가격이 올라갔는데 고객이 좋아한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격에 맞는 경험이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와인이 코스와 짝지어졌고, 그 경험이 가격을 정당화했습니다.
마진율이 두 자릿수 %p 개선됐습니다.
이 매장의 대표가 이때 느낀 것은 "매출이 올랐다"보다 "이전에 안 됐던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구나"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감으로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 달랐습니다
세 번째로 바뀐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이 그렇듯, 이 매장도 와인에 관한 판단을 감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뭐가 잘 나가고 뭐가 안 나가는지를 대략 체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와인디렉팅이 매출 데이터를 정리해서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뭐가 몇 잔 나갔고, 어떤 와인이 안 나가고 있고, 월별로 어떤 방향인지를 보여주는 것.
그런데 숫자를 보니 생각과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고르게 팔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특정 품종 하나가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말이 나온 순간이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매장의 대표가 자기 매장의 와인을 숫자로 보기 시작한 것, 그것이 가장 깊은 변화였습니다.
반신반의로 시작한 사람이, 여기서부터 확신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숫자가 움직이고, 예약이 터졌습니다
리스트를 다시 세우고, 가격 구조를 잡고, 데이터를 보기 시작하자 — 숫자가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3개월 연속 성장이 이어졌습니다.
더 의미 있는 변화는 매출 총액이 아니라 구성이었습니다. 같은 고객이 와인을 더 마시게 된 것입니다. 12개월이 지났을 때 주류 매출 비중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워졌습니다.
안에서 구조가 바뀌자 바깥에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음식 잘하는 곳"이 "술도 좋은 곳"이라는 인식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구조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입소문이 실제 매출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약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음식 잘하는 일식집"이 "음식도 좋고 술도 좋은 곳"이 됐습니다. 안에서 구조가 바뀌어 있었기 때문에, 바깥의 노출이 전환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같은 일이 다른 매장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이 일식집이 특별했던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패턴이 다른 매장에서도 반복됐습니다.
한 이자카야에서 생긴 일.
이 매장에는 콜키지 문의 자체가 없었습니다. 와인디렉팅이 글라스 와인 가격을 재설계했습니다. 진입가를 테이블 단가에서 역산해 잡았습니다. 글라스 마진은 80%를 넘었습니다.
3주 만에 콜키지 문의가 두 자릿수에 도달했습니다. 기존에 0건이었던 곳에서입니다.
두 곳을 더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수도권 외곽의 한 매장. 객단가가 50% 올랐습니다. 와인을 싫다고 한 고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한 매장. 원격으로 동일한 프로토콜을 적용했습니다. 3개월간 매월 주류 매출이 10%씩 올랐습니다.
업태가 달랐고, 위치가 달랐고, 규모가 달랐습니다. 그런데 바뀐 구조는 같았고, 결과도 같은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무엇이 바뀐 건가
이 매장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리스트에 기준이 생겼습니다. "어떤 와인을 파는가"가 취향이 아니라 마진·회전율·음식 궁합이라는 기준 위에 놓였습니다.
둘째, 가격에 설계가 들어갔습니다. 가격은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자연스럽게 더 쓸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감 대신 숫자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만으로 리스트와 발주의 방향이 근거를 갖게 됩니다.
이것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맞물려야 작동합니다.
지금 리스트에 있는 와인 중 직원이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몇 종입니까.
글라스 와인 진입가가, 이 매장에 오는 고객이 주류에 쓰는 예산 안에 들어가 있습니까.
지난달 한 병도 나가지 않은 와인이 리스트에 몇 종 남아 있는지 파악하고 계십니까.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대답이 분명하지 않다면, 구조를 점검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정리한 가이드 — 소믈리에 없이 와인 매출을 만드는 7가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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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나온 매장들은 특별한 곳이 아닙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시작할 때 모두 "와인을 팔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바뀐 것은 구조였고, 구조가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4~6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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